200만~300만원 상당 ‘두상 교정 헬멧’ 인기
자세성 사두증, 생활습관만 바꿔도 교정 효과
영유아 건강검진 등 활용해 정확한 진단받아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사진. 툴 제공 =chatGPT
직장인 A씨는 최근 생후 5개월 된 자녀의 뒤통수가 조금 납작해 보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지금 아니면 평생 머리 모양이 굳어진다”라는 글을 본 뒤로는 더욱 불안해졌고, 고심 끝에 ‘두상 교정 헬멧’ 업체를 찾아 견적을 받았다. 맞춤형 교정 헬멧 가격은 300만 원에 달해 부담이 됐지만, 교정 시기를 놓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선뜻 결제했다.
A씨만의 사정은 아니다. 아기의 머리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준다는 ‘교정 헬멧’ 치료가 최근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닌 데도 미용적 목적에 매몰돼 고가의 치료를 덜컥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자녀들이 두상 교정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주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불안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검진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사두증은 영아의 두개골이 한쪽으로 납작해지거나 비대칭적으로 변형된 상태다. 생후 초기 자세의 영향으로 흔히 나타나는 ‘자세성 사두증’과 신생아의 두개골 봉합선이 일찍 닫히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으로 나뉜다.
자세형 사두증의 유형. 사진 제공=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자세성 사두증은 두개골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출생 시 또는 성장 과정에서 외부 압력에 의해 변형되는 경우로, 영아의 약 3%에서 발생한다. 만약 생후 3개월이 되기 전 사두증이 발견된다면 아이를 눕힐 때 머리 방향을 번갈아 바꾸는 것만으로도 교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있거나 잠을 잘 때 머리의 납작한 부분 대신 돌출된 부분으로 누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반면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희귀질환의 일종으로 두개골 봉합선이 너무 일찍 붙어 발생한다. 안면 비대칭이나 봉합선 돌출 여부를 살피는 신체검사를 비롯해 엑스레이(X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방치하면 뇌 성장을 방해하거나 두개내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강희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교정 헬멧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자녀의 두개골 변형이 걱정된다면 민간에서 고가의 교정 헬멧을 구매하기 보다 잠자는 자세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수면 중 아기가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얼굴이 하늘을 향하도록 똑바로 천장을 보고 눕히는 ‘앙와위’ 자세로 재워야 한다는 사실은 부모들 사이에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도 계속 똑바로 눕혀 놓으면 뒤통수가 전체적으로 납작해지는 ‘단두증’이나 비대칭이 생기는 ‘사두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희정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영아 돌연사 예방 교육이 확산되면서 아기를 똑바로 눕혀 키우는 부모님이 많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세성 사두증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세성 사두증을 예방하려면 ‘터미타임(Tummy Time)’이 필수적이다. 터미타임은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배(Tummy)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노는 시간(Time)을 말한다. 대근육 발달을 촉진하고 머리 뒤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두개골 변형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터미타임 중인 아기. 사진 제공=한림대동탄성심병원
터미타임 중에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아기가 깨어 있는 시간에만 해야 하고 생후 초기에는 하루 2~3회, 1회당 3~5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아기의 적응도와 목 근육 발달 상태에 따라 시간과 횟수를 점차 늘려, 하루 30~60분 수행을 목표로 한다. 단, 아기가 힘들어하면 즉시 바로 눕혀야 하고 질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푹신한 쿠션이나 이불 등은 금물이다. 수유 직후에는 구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 교수는 “비싼 교정 헬멧 치료를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단, 평소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주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기의 머리뼈는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잠잘 때를 제외하고 깨어 있는 시간에 터미타임을 갖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사두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멧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두증의 정도가 심할 경우 아기의 두개골 모양에 맞춰 제작된 헬멧을 하루 20시간 이상 착용해 특정 방향으로 뼈가 자라도록 유도한다. 물론 헬멧 업체와 상담에 앞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 의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영유아 검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헬멧 치료가 필요하다면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12개월 이후에는 두개골이 이미 상당히 굳어져 교정 효과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기적인 영유아 검진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검진 시 전문의에게 머리 모양을 세심하게 확인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문의 진단을 통해 치료가 꼭 필요한지 확인 후 치료 여부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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